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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에게 ‘서울에서 가장 재밌는 주말 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트랜스의 이름을 호명할 것이다. 이태원 소방서 윗길로 형성된 게이힐에 위치한 작은 클럽으로 기본적으로는 춤을 추고, 드랙퀸 쇼를 볼 수 있는 곳이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모든 것이 트랜스 되는 경험 또한 가능하다. 머리에 꽃을 단 ‘언니들’이 능청스럽게 손님들과 어울려 농담을 주고받고 춤을 추다가, 쇼 타임이 되면 경건할 정도로 프로페셔널 하게 자신의 모든 표정과 동작을 쏟아 내는 곳. 이 곳 트랜스에서 특유의 익살과 완성도 있는 퍼포먼스로 독보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쇼걸 니나노를 만났다. 오해는 마시라. 지금부터 그녀와 나눈 대화 속에는 왜 멀쩡한 남자가 여자 옷을 입고 춤을 추는지, 눈물의 심경 고백 따윈 없다. 110v의 심장을 220v로 끌어올리는 즐거운 쇼 비즈니스의 세계가 있을 뿐이다. 쇼 비즈니스의 입문 “트랜스가 96년도에 생겼어요. 지금의 게이힐에 처음 생긴 가게죠. 그 때 난 손님이었거든. 군대에 있을 때였는데 휴가 나오면 놀러오고 그랬지요. 그 땐 주말에만 몇몇 관심 있는 게이들이 재미삼아 쇼를 하곤 했어요. 지금처럼 정해진 시스템 같은 건 없었죠. 그러다가 재미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리 잡은 거지. 나 같은 경우엔 그때 친구가 쇼를 했거든.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어디 나도 한번?’ 하고 시작했는데 이게 엄청 재밌는 거야.” 니나노는 드랙퀸 쇼를 트랜스에 와서 처음 접했지만 어려서부터 팝 음악을 즐겨 듣고 뮤직 비디오나 뮤지컬 클립들을 즐겨보던 기억을 더듬으며 지금 쇼걸의 모습이 단지 우연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으로 갈 제비는 어떻게든 날개를 펴는 법. “기억나는 게 욱잘레나라는 언니가 있었는데, 오바스럽게 망가지는 표정이 대단했어요. 그 언니의 표정이 노래를 다 먹어버릴 정도로. 액션 같은 것도 대단히 극적이었고요. 그게 참 좋더라고, 재밌고. 내가 처음 쇼를 시작했을 때는 선배들이 추천하는 클래식한 레퍼토리들을(예를 들면 휘트니 휴스턴이나 머라이어 캐리 같은 것들) 거쳤지만 그 뒤엔 알아서 곡 선정을 해야 하거든요? 그때 내가 좋아했던 그런 욱잘레나 언니의 캐리커처들이 들어간 것 같아. 그래서 재밌는 노래들 위주로 시작됐죠.” 인 더 무드를 부를 때의 베트 미들러처럼 “그러다 건드린 게 베트 미들러에요. 그 사람 노래 부르는 게 디바 풍은 아니잖아. 근데 그 사람이 좋았던 게 코믹한 게 있더라고. 연기하는 걸 봐도 정극하고 코미디를 같이 하는데, 무대에서도 슬픈 노래는 애절하게 하지만 코믹한 곡은 내러티브를 많이 넣어서 풍부한 느낌을 줘요. 뭘 하든 다방면으로 그 사람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점이 좋았어요.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내 쇼를 좋아하는 게, 내 캐릭터를 투영하면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여긴 쇼만 하고 사라지는 곳은 아니잖아요. 그 전에 손님들하고 얘기도 하고 춤도 추고 같이 놀잖아. 거기서 본 나의 성격들을 머리에 생각하면서 쇼를 보겠지. 그러면서 조금 재밌을 부분도 더 극대화 될 수 있겠죠.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인 더 무드를 부를 때의 베트 미들러가 조금은 장난스럽게 스캣을 구사하는 부분에서 니나노가 눈을 흘기며 짓던 ‘숨 넘어 가신다’는 표정을 생각하니, 이 둘 정말 한 쌍처럼 어울리는 구석이 있다. 또 생각나는 니나노의 모습이라면 <드림걸즈>의 에피가 간절하게 부르는 And i am telling you i'm not going을 따라하는 모습이다. 영화가 개봉하기 훨씬 전부터 니나노의 단골 레퍼토리였던 이 노래를 나는 그녀의 쇼를 통해 처음 들었다. 이후로 제니퍼 허드슨의 영화를 보고, 또 유튜브로 그 옛날 제니퍼 할리데이가 뮤지컬에서 부르는 버전을 봐도 니나노 이상의 표현력을 찾기는 어려웠다. “And i am...을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어요. 음악 듣는 걸 좋아하니까 가끔 소공동 LP 가게에 가거든요. 어느 날 여자 세 명이 쪼르륵 있는 표지를 본거야. 무턱대고 샀지. 그게 <드림걸즈> 뮤지컬 캐스트 앨범이었어요. 거기서 제니퍼 할리데이가 부른 이 노랠 듣고 아 딱 좋다 한거지. 때마침 너무 재밌는 곡만 다룬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발라드를 시도해 보고 싶었거든요. 나한텐 모험 같은 시도였는데, 워낙 곡도 좋고...클라이막스가 대단하잖아? 그러니까 많이들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그 표정 연기는 제니퍼 할리데이도 제니퍼 허드슨도 쨉이 안된다고 나에게 그 노래는 오로지 당신의 노래라고 수줍게 진심을 털어놨지만, 니나노는 뮤지컬이나 영화의 장면에서는 에피가 추레하다 싶을 정도의 심플한 의상을 입고 나오기 때문이라고, 자신은 화장도 의상도 짙게 표현했기 때문일 거라고 자꾸만 손사래를 친다. 이 사람 아까부터 자꾸,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It's SHOW TIME! "쇼를 준비하는 건 온전히 자신의 몫이에요. 사람들은 쇼걸끼리 연습도 하고 상의도 하고 그러는 줄 아는데, 사실 그렇진 않아요. 노래 선정부터 안무, 의상, 화장까지 다 본인이 해결할 수 밖에 없어요. 우선 노래를 찾죠. 그런 다음엔 그 가수가 공연하는 모습을 찾아보고 그 노래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듣는 거야. 노래를 어설프게 외우잖아? 그럼 무대에서 표정이 안 나와요. 제스처도 마찬가지고. 여기서 이 동작을 해야지 하고 하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노래를 익히고 있어야 무대에서 자연스러운 동작들이 나오는 거죠.” 트랜스에 골백번 드나든 내가 볼 때 립싱크를 하는 드랙퀸 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쇼걸의 집중도다. 싱크를 정확히 맞추냐 못맞추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얼마나 노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가의 문제인데, 쇼걸이 노래 저 바깥에서 겉돌고 있다면 무대에 시선을 던지는 게 민망해지기 일쑤다. 아 물론, 지금껏 니나노의 무대에서 고개를 돌린 적은 없었다. “쇼를 할 때 노래가 나오면 몰입을 해야죠. 아무 생각 없이. 다음 가사가 뭐였더라 그런 생각이 들면 이미 그 쇼는 손님들과 나의 커넥션이 없어지는 거예요. 다음 해야 될 게 급급하면 시선처리 같은 미세한 것들을 다 놓쳐버리거든. 그럼 나와서 입만 벙긋벙긋 하다가 들어가는 건데 그런 건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것도 하나의 공연인데 사람들하고의 교감이 중요하죠.” 셀러브리티 가수 엄정화의 come2me 무대를 본 많은 이들이 마돈나를 카피 했다고 한 목소리를 낼 때, 나는 이상하게 트랜스의 언니들이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한 음악 시상식 축하공연에 트랜스 출신의 드랙퀸들과 고고보이 무리를 끌고 질펀하게 놀았고, 그 무대는 작년 최고의 가요무대 중 하나로 기억된다. “정화 언니야 예전부터 쭉 오는 손님이죠. 아무렴. 가수란 가수는 한 번씩 다 온 것 같아. 이런 곳이 별로 없으니까. 관광 코스 분위기의 대형 트랜스젠더 바야 많겠지. 하지만 여긴 그런 데 아니잖아. 알죠? 또 기억나는 사람이라면 고현정씨? 차승원씨? 하여간 연예인이란 연예인은 다 온 것 같아요.” 또한 얼마 전에는 헤드윅 콘서트 차 내한했던 존 카메론 미첼이 서울에서의 마지막 밤을 이 곳에서 보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법. “헤드윅 뮤지컬 때문에 한국 캐스트 분들이 이곳에 자주 왔었어요. 특히 송용진씨하고 친해졌는데 그 분이 어느 날 존 카메론 미첼을 데려온 거야. 깜짝 놀랐지. 내가 여기서 일하면서 만날 수 있단 건 영광이죠. 또 내가 어딜 가서 만난 게 아니고, 그 사람이 내가 있는 이곳엘 찾아왔잖아. 다행인 건 내가 그 날 화장을 오바스럽게 했거든. 눈썹도 두 개씩 그리고 가발도 금발에다가 흑발로 장식도 하고. 평상시보다 더 요란하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온 거지. 다행이죠. 그 사람도 한국의 이런 문화가 궁금해서 왔을 텐데 내가 밋밋하게 하고 있었으면 재미없었을 거잖아.” 쇼! 끝은 없는 거야 “재미로 발을 들이긴 했지만 이것도 그냥 재미로만 하면 만날 제자리인거야. 5년 전 그대로였으면 뭐 그렇게 사라졌겠죠. 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슬픈 노래로 쇼를 하더라도 뉘앙스를 조금 달리해서 즐거운 구석이 있었으면 좋겠어.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저 사람은 슬픔을 저렇게 표현하는구나’ 하면서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쇼 비즈니스 5년차 쇼걸 니나노에게 지금 이 곳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현실적으론 삶의 터전이고, 또 그걸 떠나서도 여기 있을 때 내가 제일 즐거워요. 어떻게 보면 놀이터라고 할까? 너무 좋잖아? 내 직장이 놀이터면 더 뭐 바랄 게 있나?” 뭐 더 들을 얘기도 없겠다 싶어 녹음기를 끄고 가끔씩 섭외가 들어오면 진행한다는 외부 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으리으리한 레스토랑의 오픈 파티부터 콘서트 게스트까지의 다양한 원정 경기 중 그녀가 가장 즐거웠던 쇼로 꼽은 건 어느 인권단체에서 조촐하게 진행한 행사에 초대됐을 때였다. 장소도 허름하고 조명도 없는 그곳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건 그 자리의 사람들이 ‘즐기러 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란다. 자기는 거기에 기름만 부으면 됐다고. 그 역할이 제일 신난다고. 아니나 다를까 그 얘기만으로도 또 신이 이만큼 난 니나노를 바라보며, 어떤 장소에 새로운 공기를 만들어 내는, 마치 마법사 같다고 생각했다. 글.김신형 사진.최영교 (매거진 am.i vol.4)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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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아리 at 06/02 산이의 명복을 빕니다. by _app_ at 05/08 히히 얼굴한번보자 by 김정은 at 04/27 아니 이게 누구야!!!!!! by playtime at 04/26 잘 지내? 갑자기 생각나서 .. by 김정은 at 04/26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by 순딩이 at 03/26 글 잘 봤습니다. 질문 드릴.. by ^-^ at 01/23 출처는 밝히겠습니다^^ by 카프카 at 01/23 네이버 디매에 좀 올릴게요^^ by 카프카 at 01/23 꺅//ㅂ// 연경씨 너무 좋아요... by 제절초 at 01/15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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