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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트. 우아하고 감상적인 한국 여자배구 남자들의 배구와 여자들의 배구는 그 장르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남자들의 배구가 스피드와 파워로 무장한 채 오로지 '결론짓기' 위해 폭주한다면, 여자들의 배구는 그보다 소소한 사건들을 가득 품고 끝이 아닌 앞으로 한발씩 나아간다. 남자들의 배구가 시종일관 부비트랩이 터지는 헐리웃 블록버스터라면, 여자들의 배구는 겹쳐진 인물들이 포개진 사건을 하나씩 풀어헤쳐가는 캐릭터 극에 가깝다. 여기서 이야기를 좁혀 한국의 여자배구에 대해 말하자면 '연대'에 관한 감동적인 스토리라는 단서가 추가된다. 당신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여자배구의 이미지는 어쩌면 핸드볼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는 올림픽, 중계를 맡은 해설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이란 멘트를 삼십육 년째 하고 있는 중이고, 선수들은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이겨도 울 줄 밖에 모른다. 선배와 후배의 어깨와 어깨가 포개지고 끝내 감정은 폭발하고야만다. '언니들의 연대'란 이런 것이라고 우아하고도 감상적으로 보여준 게 한국의 '여자' 핸드볼이었고 또 배구였다. 2세트. 여자배구를 '다시' 이해하기 그런데 언제부턴가 여자배구를 둘러싼 애잔한 문장들을 과거형으로 돌려버리는 새로운 기운이 돌고 있다. 입을 앙 다문 표정으로 '울 준비는 되어있다'던 코트의 분위기는 나풀거리듯 가벼워졌고, '언니들의 연대'를 향한 비유도 우아나 감상보다는 하이틴 스포츠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와 닮아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김연경이라는 주인공이 서있다. 한일전산여고 재학시절부터 초대형 선수로 주목을 받아온 김연경이 프로에 입단하던 2005년에는(프로배구의 원년이기도 하다) 그녀를 잡기 위한 구단들의 눈물겨운 눈치작전이 벌어질 정도였다. 시즌 성적 최하위 순으로 선수지명권을 주었던 당시의 드래프트 규정으로 말미암아, 시즌 막바지에 이르자 하위권 팀들이 차라리 꼴찌를 하고 김연경을 잡겠다는 집념을 보이며 고의성 패배가 의심되는 경기를 펼친 것.(꽤나 논란이 된 이슈였던 만큼 이 드래프트 방식은 바로 다음 해에 확률추첨제로 바뀌었다) 어쩌면 우승보다도 힘겹게 김연경을 영입하게 된 행운의 꼴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보란 듯이 창단 35년 만의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고, 정규 시즌과 챔피언 결정전을 통합해 06-07년 시즌까지 2년을 내리 접수한 상태다. 물론 그 중심에 서있는 김연경은 데뷔 시즌인 05-06년에 신인상, 시즌 MVP, 챔피언 결정전 MVP를 휩쓸었고, 이듬해인 06-07년 역시 시즌 MVP, 챔피언 결정전 MVP 모두가 그녀의 몫이었다. 물론 한 선수의 기량이 탁월하다한들 팀 스포츠이자 컴비네이션 플레이가 중요한 배구에선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지만, 놀랍게도 김연경은 탁월한 스파이크 공격만을 뽐내고 그치는 선수정도가 아니었다. 구단에서도, 일찍이 고3 때부터 발탁된 국가대표에서도 막내뻘인 그녀지만, 경기를 유심히 보다보면 김연경은 묘하게 주장의 오라를 풍긴다. 그것은 단지 그녀가 뽑아내는 스코어의 비중이 가장 높아서만은 아니다. 김연경은 볼을 다루듯, 분위기를 다루는 재간이 있고, 그것은 애잔한 문장들을 과거형으로 돌린 -여자배구를 '다시' 이해하게 한 주인공 역시 다름 아닌 그녀였다는 걸 명징하게 증명한다. 3세트.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학생시절 선수로 뛰었던 큰언니의 배구 하는 모습을 보고 "왠지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김연경은 출발부터 기량이 출중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때는 키가 보통이었어요.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키가 별로 자라지 않았고요. 한마디로 튀지 않는 선수였죠. 게임은 뛰지도 못하고, 항상 벤치만 지키는...그래서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중학교 은사님이 저를 잡아주셨어요. 몸이나 골격을 보면 키가 자랄 가능성이 보인다고 하시면서요. 그래 더 해보자 하고 고등학교에 올라가니까 정말 키가 부쩍 자라는 거예요. 그때부터 게임도 나가게 됐고, 배구의 재미도 하나 둘 알게 됐죠." 지금 김연경의 키는 190cm. 늦게 발동이 걸린 성장판은 지금도 조금씩 자라고 있고, 늦게 발동이 걸려준 덕분에 김연경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키도 작고 돋보이는 선수도 아니다 보니까 주로 수비 연습을 많이 했어요. 기본기 위주의 연습을 거친 거죠." 그렇게 김연경은 탁월한 공격력만으로도 이미 대적할만한 선수가 없지만 발군의 수비력까지 더해져 그 명민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주공격수가 수비까지 잘했던 경우라면 다시 배구가 우아하고 감상적이었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레전드' 장윤희와 최광희가 수비에 수월한 170cm 전후의 체격조건과 우아하고 감상적인 근성(!)을 더해 공격 못지않은 수비 실력을 뽐냈었던 것.(거꾸로 그들은 공격에 불리한 단신으로 코트를 휘어잡은 놀라운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최광희 이후 차례대로 등장한 차세대 거포들에겐 높이와 파워는 좋지만 수비가 받쳐주지 않는다는 딜레마가 늘 따라붙었다. 그러나 김연경은 장신을 활용한 매서운 공격으로도, 장신임에도 불구한 안정적인 수비로도 그 모두를 압도하는, 지금까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타입의 선수였다. 4세트. 부상을 떨쳐내고 아무래도 가장 많이 몸을 쓰게 되는 주공격수들은 웬만한 부상 하나씩은 달고 살긴 하지만 프로 2년차를 지낸 선수치고는 부상이 너무 깊고 잦다는 게 그녀에 대한 유일한, 그리고 가장 큰 걱정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지 않았던 오른쪽 무릎은 05-06 시즌을 마치고 증상이 악화돼 수술을 받았었고, 06-07 시즌을 마치고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왼쪽 무릎마저 관절의 연골이 손상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한 시즌을 마칠 때마다 수술을 받고 있는 셈이니 걱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지난 5월에 받은 수술은 재활이 생각보다 오래가 지난 11월에 열린 배구월드컵의 출전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그러나 최종 엔트리 12명 중 베이징올림픽최종예선에서 3장의 교체 카드밖에 쓸 수 없어 가능한 레귤러들은 월드컵 엔트리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녀는 "교체 멤버로 뛸 정도의 컨디션으로" 월드컵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연경은 예상을 깨고 '해 볼만한' 팀과의 경기마다 선발출장 해 팬들의 걱정을 불식시켰고, 코트를 팡팡 날아다니며 너무 잘해주는 바람에 '이렇게 무리하다가는 또...' 가슴을 졸이게도 만들었다. 그만큼 100%의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이번 월드컵을 통해 그녀가 단순히 '국내용 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애초의 짐작보다도 더 김연경은 '세계'와 가까웠다. 5세트. 김연경의 꿈 김연경 본인 역시 해외 리그 진출을 염두하고 있다.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데 그 꿈이 바로 "해외 리그에서 뛰는 것"이란다. "거액으로 선수를 데려가는 러시아보다는 리그가 가장 활성화 돼있는 이태리 쪽에 욕심이 나요." 이태리는 리그에 등록된 팀마다 고른 경기력을 갖추고 있어, 한 팀이 독주하는 체제인 러시아보다는 배울 점이 많을 거라는 게 그 이유다. 그것이 그녀가 앞으로 계속 키워갈 (그리 멀지 않아 보이는)꿈이라면, 당장의 소망은 얼마 전 개막한 새로운 시즌에 좀 더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솔직히 텅 빈 경기장에서는 게임할 맛이 안 나요. 그래도 재작년하고 작년 시즌을 비교하면 관중수가 점점 늘어나는 게 느껴졌어요.(실제로 06-07시즌은 전년대비 관중수가 40% 가량 증가했다) 주위에서 점점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렇게 알아주시면 기분 좋죠. 기분이 좋으면 아무래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배구를 하면할수록 배구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 재미란 거, 그 맛이란 거 있죠? 부상 때나 시즌이 끝나고 쉴 때에 배구 경기 영상을 보고 있으면, 아! 빨리 게임 뛰고 싶다...저도 모르게 그러고 있더라니까요! 하하." 세상에. 그녀는 우리를 얼마나 더 놀래키려고. 글.김신형 사진.최영교 (매거진 am.i vol.7)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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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의 명복을 빕니다.
by _app_ at 05/08 히히 얼굴한번보자 by 김정은 at 04/27 아니 이게 누구야!!!!!! by playtime at 04/26 잘 지내? 갑자기 생각나서 .. by 김정은 at 04/26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by 순딩이 at 03/26 글 잘 봤습니다. 질문 드릴.. by ^-^ at 01/23 출처는 밝히겠습니다^^ by 카프카 at 01/23 네이버 디매에 좀 올릴게요^^ by 카프카 at 01/23 꺅//ㅂ// 연경씨 너무 좋아요... by 제절초 at 01/15 bedside table!!!!!!!!!!!!!!!!!!!!!.. by 좀비씨 at 11/05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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