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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의 이유있는 반칙


훌쩍 떠난 유학을 마치고 4년 만에 돌아온 윤상은 자신이 지금 반칙을 저질렀노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던 그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언제부터 음악을 고민하는 일이 귀한 소식이 돼버린 건지, 그런 그가 어느 때보다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하긴 떠올려 보건데 윤상이 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와서 지난 가을 공연을 많이 가졌다. 원월드뮤직페스티벌,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얼마 전 마친 멜팅까지 공연마다 특색도 있었고. 큰 일 치룬 기분일 것 같다.

모두 마치고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웃음)
사실 가장 큰 목적은 멜팅 공연 때문에 들어오려고 했던 건데, 가을이다 보니 그 타이밍에 맞춰서 축제들이 많았다. 그중 특히 원월드뮤직페스티벌의 경우엔 기대를 많이 한 공연이었다. 근데 공연 당일에 음향 쪽 부분이 생각했던 것보다 열악해서 고생을 좀 했다. 존경해마지 않는 뮤지션들을 초대까지는 잘 했는데...좀 더 잘할 수 있는 기획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원월드에선 당신이 라디오 디제이를 할 때 적극적으로 소개 했던 이방 린스와의 협연도 있었다. 그건 어땠나?

그게 원래는 내 곡도 같이 부르고 그 분 곡도 같이 부르려고 했다.
근데 아까 말했듯이 그날 음향 쪽에 문제가 생겨서 연습해야할 사운드를 제대로 한번 못 내보고 시간이 늦어져 연습을 같이 할 타이밍을 갖질 못했다. 내가 준비했던 이방 린스의 음악 한곡만 무대에서 같이 연주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론 오히려 무대 뒤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 분 공연을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만난 건 처음이었다. 근데도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무대 뒤에서 두어 시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얘기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음악은 어떻게 시작했는지부터, 또 이방 린스가 한때 미국에서 입지가 있었잖나? 그때의 옛날 얘기도 듣고, 내 음악이랄지 한국의 음악에 대해 좋게 들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 분이 내게 한 말 중에 제일 중요했다고 생각되는 건 “즐겨라!”
브라질 사람들 특유의 정서일지도 모르겠는데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얻는 게 많을 거라는 얘기였다. 생각보다 음악 자체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중점을 두는 인간적인 분이었다. 말을 할 때 권위의식도 없었고, 세계적인 존경을 받으면서도 친구처럼 편한 사람이었다.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선 오랜만에 ‘가수 윤상’의 무대를 볼 수 있었다.

민트는 정말 재밌었다. 그때 역시 세팅할 시간도 너무 없었고, 공연 컨셉을 내가 잘 이해를 하지 못했는지 준비한 게 너무 많아서 좀 정신없긴 했지만.(웃음) 그래도 분위기도 좋았고 나 역시 5~6년 만에 내 노래로 라이브를 해본 거라 옛날로 돌아간 듯한 색다른 기분도 들었다.

그에 반해 유학을 통해 공부한(그는 지난 4년간 버클리 음대 뮤직신스 학과에서 전자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을 공부했다)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선보인 멜팅 공연은 큰 도전이었을 것 같다.

멜팅의 경우엔 처음부터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 과연 사람들을 불러 놓고 얼마나 설득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으니까. 나름대로는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을 했다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이게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고민들이겠지.

나는 충분히 설득 당한 것 같다.(웃음) 하지만 공연 분위기랄까? 어느 정도 일렉트로니카 장르에 익숙해있는 사람들을 흡수하는 분위기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더라.

상황이 그렇게 됐다. 여러 가지 여건을 따져봤지만 클럽의 영업시간엔 대관을 할 수 없었고, 또 PA 시스템이 열악했다. 그래서 그것도 외주해서 빌려와야 하다보니 시간이 늦어지면서 리스크가 커졌다. 클럽 쪽 문화를 즐기시는 분들도 꼭 초대를 하고 싶었는데, 이게 또 윤상이란 이름이 끼어있으면 발라드 공연 같은...

무슨 말인가! 음악 좀 듣는 사람이라면 윤상이 일렉트로니카에 쭉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도 충분히 알고 있고, 당신이 해왔던 일련의 일렉트로니카 혹은 댄스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을 텐데?

근데 그 얼마일지 모르는 사람들을 기대하고 이 공연을 기획한다고 할 때는 기획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을 갖게 되는 게 사실이다. 일단 나는 이번 공연 자체를 하나의 홍보라고 생각했다. 없는 걸, 아직 안보여준 걸 얘기할 순 없으니까. 처음에 뭔가 단점들이 보이더라도 시작을 하고나면 이게 이런 거였다 얘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 흑자는 생각할 것도 아니었고 과연 손해를 얼마 보게 될까, 그렇게 기획한 공연이었다.
그래도 내 경우엔 그렇게 공연을 준비해도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거지만 기획하는 분들 입장에선 맨땅에 헤딩하는 입장이니까, 어차피 잃을 걸 왜 해야 하나? 그런 상황이었지. 그만큼의 리스크가 있는 컨셉의 공연이었기에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래도 욕심껏 하고 싶은 거 한 느낌이다. 정말 오랜만에 반칙 한번 한거다. 내가 반칙을 잘 못하는 성격인데, 이번에 이렇게 반칙 한번 한거다.

누구한테 한 반칙인가?

팬들이겠지. 어쩌다 음악계 현실이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선 팬 한 사람을 놓치는 것도 굉장한 부분이 돼버렸다. 멜팅 공연에 온 분들 중에서 노래가 들어있는 곡들을 좋아하는 분들이 거의 80%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새로 뭘 한다고 하니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오신 분들. 물론 그런 것도 고맙다. 그런 걸 괴롭히려고 했던 건 아닌데...공연의 취지와 여기서 노래가 없다는 걸 최선을 다해 알렸지만 공연이 너무 힘들었다는 반응들이 있었다.
근데 또 이런 과도기, 반칙을 하지 않고서는 계속 어중간한 이미지로 음악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 사람 가끔 이런 반칙도 하는구나, 이번 기회를 통해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만 공연을 준비하진 않았을 테고?

우선 공연을 함께한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다.
유럽에도 수많은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오키, 료이치, 한노 모두 충격이었기 때문에 그걸 꼭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뭔가 색다른 비상구를 찾고 있다, 그런 얘기까지를 한 거였다.
사실 상품이라는 게 비상구를 보여주는 게 아니고 비상구를 찾고 “여깁니다!” 관객들을 불러야 하는데,
내 경우엔 “여러분~ 이쪽 비상구 9번으로 모여주세요.” (좌중 웃음) 이렇게 됐던 셈이 아닌가 싶긴 하지만.

윤상의 비상구에서 반짝인 음악을 좀 더 설명해줄 수 있나? 글리치 장르라고 소개하는 것 같던데.

글리치는 사전적인 용어론 원하지 않은, 의도하지 않은 노이즈나 에러 사운드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하드디스크가 돌아가다가 에러가 난 소리라던지, CD플레이어를 넣고 돌리는 데 띡띡띡띡 하는 소리라던지 원치 않던 에러 사운드를 가지고 음악적으로 풀어가는 거다. 참 사람들의 호기심은 끝도 없지.(웃음)
그 시작은 에이팩스 트윈을 예로 들 수 있을 테고, 이후 글리치가 유행처럼 퍼져나갔는데 처음부터 모텟을 그 쪽으로 풀어갈 생각은 아니었다. 멤버 셋이 모여 서로 작업한 데모들을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나온 것 같다. 속으로 이게 뭔가 새롭다는 생각 보다는 또 하나의 어떤 영향을 받은 음악이 돼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뭐든 결국 시작은 있는 거고, 현재 그걸 어떤 식으로 풀어내는가 그게 재밌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어쨌든 이번 공연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이뤘으니 앞으로 준비하는 앨범이 제일 문제가 될 것 같다.

그럼 준비하는 앨범은 멜팅을 함께한 모텟 앨범이 되는 건가?

아니다. 모텟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차별화를 두려고 한다.
모텟은 어떻게 보면 스타일을 정리해야할 부분들도 있어야 할 것 같고, 외국 레이블들과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그들이 어떤 곡에 더 손을 들어주고, 어떤 곡에 뒷북 판정을 할지 그런 반응들을 살펴 볼 생각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일렉트로니카 씬 안에서도 좀 독특하고 ‘이건 모텟이다’ 싶은 걸 만들어내고 싶다. 그렇게 되면 음반이 백장이 팔리건 이백장이 팔리건 우리가 노력하는 이유 자체가 성립이 될 테니까.
그래서 더더욱 한국에서 어설피 앨범을 발매할 생각은 접었다. 그렇게 해봐야 더 빨리 잊혀지는 거 밖에 안 될 테니까. 유럽의 인디레이블이라든지 현재의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놓는 게 우선이 될 것 같다.

공연을 보고 모텟의 음반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그럼 모텟이 아니라면?

따로 준비했던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것도 지금 현실성을 따져볼 때 수많은 오해를 낳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려서 당장에는 발표를 안 하고, 나중에 조금 더 현실적인 면이 맞을 때 공개하는 쪽으로 계획을 바꿨다. 학교에서 작업했던 곡 중에서 발표하고 싶은 곡들을 모아본 거였는데, 이게 차라리 장르 하나가 정해져서 나오면 설득력이 있을 텐데 너무 여러 가지 음악들이 마치 하나의 숙제 모아 놓은 느낌이 든다는 게 마지막에 내린 결론이었다.
음. 그래서 다음 앨범 같은 경우엔 말하자면 유희열씨의 토이처럼 객원 분들과 함께 하는 식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조금 더 상업성이 있는 음악을 하되, 대신 내가 보컬을 한다 할 땐 스타일적인 면에서 너무 한 가지 스타일로 갈 수 있으니까, 곡을 만드는 재미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스타일들을 만들어서 작업을 할 예정이다. 곡은 계속 만들고 있는 중이고, 이르면 2008년 중반쯤 발표를 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욕심을 부리는 것도 좋지만 이쪽 시장을 읽어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유학생활 중에도 SM 소속 아이돌에게 곡을 준다던지 어느 정도 시장을 읽고 있는 거 아니었나?

그렇기도 하다. 그렇게 가요 프로듀서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고맙게 생각하고 또 즐기고도 있다.
비록 SM이 지독히 상업적이란 얘기를 듣지만 사실 상업적이지 않은 기획사가 어디에 있겠나?
물론 못마땅한 일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SM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련의 엉뚱한 작업들을 할 수 있게 허락해주는 마음이 넓은 회사일수도 있다.(웃음) 내 팬 중에는 극단적으로 아이돌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다. 그런 분들한텐 내 입장을 설명 드리기가 참 어렵다.
어떤 현실적인 부분들, 내가 금전적으로 안정된 바탕에서 음악을 하고 있진 못하기 때문에, 이런 얘기 하면 웃긴 걸 수도 있지만 손익분기를 넘지 못한 앨범들이 몇 장 있거든...이런 걸 자기 입으로 얘기하면 이미지가 떨어져 보일수도 있지만 그런 현실적인 부분들을 드러내지 않고는 이해받지 못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하니까.

그런 면에서 유학이 일종의 돌파구가 됐나?

어느 순간 음악을 하면서 고립 되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들기 시작했는데, 유학을 적절한 타이밍에 다녀온 것 같다. 특히 일렉트로니카 씬에서 기대이상의 찬사 같은 걸 받으면서 부담이 됐던 게 사실이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선배란 입장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스스로 체계적인 노하우를 쌓아놓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유학을 통해 해소를 한 것 같다.

공부를 하면서 예전에 작업했던 일렉트로니카 혹은 댄스 음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을 것 같다. 당신의 앨범도 그렇고, 멀게는 알로부터 또 다른 가수들에게 준 곡도 생각나고.

근데 학교에서 체계적인 전자음악을 고찰하다보면 상업성과는 멀어지게 된다. 대신에 그때 알로나 그런 걸 만들었을 때 사운드 적으로 많이 부족했다는 걸 느끼게 되긴 했다.
유학하면서 공부의 포커스를 사운드 디자인을 책임지는데 뒀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엔지니어적인 마인드를 가져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고.
물론 3집의 경우 내가 믹스를 다 한다고 하긴 했는데 그때는 어떤 치기 같은 게 작동을 했다면, 이제는 훨씬 체계화된 상태로 마무리까지 책임 질 수 있을 만큼 발전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부담도 생기지만 앞으로의 작업은 의미상으로도 그렇고 공정자체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믹스도 내가 하게 될 것 같고.

알로 같은 경우 지금 들어봐도 90년대에 나온 댄스 음악이라기엔 놀라울 정도로 사운드가 꽉 차 있다는 느낌이다. 또 윤상의 음악을 말할 때 늘 가장 앞에 놓이는 수사도 ‘정교한 사운드’잖나?

아니다. 더 잘해야 한다.(웃음) 알로의 경우 상업적으론 대실패를 하긴 했지만 나 역시 좋아서 만들었던 거다. 하지만 알로가 미국이나 영국 같은데 던져졌을 때 알아서 자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분명 내수용이란 생각을 하고 만들었던 거고, 어느 정도 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색깔을 담으려고 하긴 했지만, 이게 실패를 하다보니까 다시 생각을 할 땐 단점밖에 생각이 안 난다. 하지만 비록 그게 상업적인 음악이었다 하더라도 내가 그때 그만큼 음악적인 욕심을 부렸었구나, 새삼 생각은 든다.

디-라이트가 뭐 별건가? 알로는 정말 대단했다!(좌중 웃음)

그건 너무 과찬이다.(웃음) 그래도 그만큼 좋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또 겁 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는 힘이 되겠지.
그래서 다음 앨범이 그런 걸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알로 곡 같은 걸 내가 부를 수는 없을 테니까.(좌중 폭소) 조금 비트도 있고 아니면 더한 상업성이 있다 하더라도 내가 노래를 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객원을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 한거고, 그게 잘되면 이후 개인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부를 더 한다는 소식도 있던데 앨범 준비는 어떻게 할 예정인지?

대학원 합격이 되면 앨범을 위해서라도 학교를 휴학해야 하지 않을까 고려중이다.
예전엔 라디오 디제이라도 꾸준히 했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는 불편함 같은 게 없었는데 지금은 판로가 많이 바뀌었다. 여기서 어떤 입지 조건이 열악해졌다는 걸 느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음악 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예전에 보여줬던 모습만을 가지고 지금 이렇게 몇 가지 일을 해낼 수 있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을 채우지 않으면 사람들한테 점점 잊혀져 가는 게 아닐까 하는 부담 같은 게 생겼다. 학업도 중요하지만 우선 음악 하는 사람의 모습을 프로페셔널하게 보여야 할 것 같다.

국내 뮤지션들 사이에서 당신은 존경하는 뮤지션이라거나 롤모델로 자주 언급된다.

그런 이야길 들으면 나도 인간이니까 기분이 좋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안정적으로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고, 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음악은 즐겨야 하고, 또 늘 즐기려고 노력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지금 음반시장이 필요이상으로 다운 돼있다. 음악을 듣는 수요층간의 갈등도 너무나 많이 갈라져 있고.
그렇다보니 이 상황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뮤지션들이 나를 롤모델로 생각한다면 내가 이걸 극복을 해야 하지 않겠나? 안 그러면 ‘윤상은 그러다가 아웃이었다’로 기록되겠지.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 음악시장은 딜레마, 제대로 된 딜레마가 아닐까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일단 미국 팝음악 시장 돌아가는 기류만 봐도 분명히 뭔가가 바뀐 게 사실이다. 그래도 거긴 워낙 인구가 많다보니까 크고 작은 비주류 음악 시장이 존재할 수 있는 건데,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모두가 하나의 안테나로 수신을 하는 것 같은 상황으로 음악시장이 맞춰 지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기 위해선 젊은 친구들의 정서를 찾아낼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야 할 텐데, 사실 그게 또 세대차라는 게 극복하기 힘든 거니까. 그래서 내가 일렉트로니카를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일렉트로니카는 본능적인 음악이니까.

당신이 이방 린스를 인터뷰 할 때 음악의 미래에 대해서 물었더라. 나는 당신에게 다시 되묻고 싶다. 음악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음악이 절대 죽진 않겠지. 하지만 지금 음악을 소비하는 과정이 거의 형태 자체가 붕괴되고 있고, 좋게 말하면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음악은 더 이상 충족되기 힘들 것 같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음악을 소비하는 하나의 형태가 될 것 같다.
지금 애플 같은 데 보면 개러지밴드라는 소프트웨어가 따라온다. 그런 걸 통해 이미 자신이 직접 음악을 제작해서 블로그나 UCC에 올리는 분들도 많더라. 음악이라는 건 결국 하나의 소리라는 에너지인데, 이건 끝날 수가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은 또 소비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해왔던 음반이라는 형태로써는 커다란 전환점이 왔기 때문에, 이 형태들이 바뀌어서 직접 참여하는 부분들을 즐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가끔 예전에 만든 곡들을 꺼내들을 때가 있나?

특별히 없다. 가끔 사운드체크를 위해서 찾아 듣는 경우는 있는데, 예전 것들을 따로 꺼내듣고 그러진 않는다.

뒤돌아보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사운드체크 때만.(웃음)

마지막 질문은 뒤돌아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윤상이 가장 후회하는 일은 무엇이고,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떤 순간순간이 후회될 수는 있지만 그 순간을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지금 안고 있는 고민들이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 일 테니, 정말 후회를 한다면 음악을 시작한 것 자체를 후회해야 할 테니까.
그리고 지금 그와 반대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얘기라면 후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뭔가를 계속 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나에겐 가장 중요하고 긍정적인 에너지인 것 같다. 행여 그게 잘 안 풀리는 상황이 와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절망하지 않도록 해쳐나가야 하는 건 내 몫의 숙제일 테고.

글.김신형 사진.최영교
(매거진 am.i vol.7)
by playtime | 2008/01/15 02:03 | you look good to m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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