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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밀양> 시사 뒤에 벌써부터 '전도연, 깐느의 여인 되나' 이런 기사 뜨던데,
정말 확 여인이건 여왕이건 되버렸으면. 그리고 우선 나도 좀 보자. 궁금해 죽겠네 이 영화.


출처 http://blogs.laweekly.com/foundas/let-the-sunshine-in

대부분의 경쟁작은 5월 16일 영화제가 시작할 때까지 그 모습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겠지만, 지난 주 파리에서 나는 운좋게 그 중 한 편을 미리 감상할 수 있었고, 기쁘게도 영화는 아주 훌륭했다. 다름 아닌 한국의 이창동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네번째 영화 <밀양>이다. 그는 앞선 세 영화 <초록 물고기 (1997)>, <박하사탕 (1999)>, <오아시스 (2002)>를 통해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중 미국에서 개봉되었던 전과자와 뇌성마비 장애인의 로맨스를 그린 <오아시스>를 제외하면 그의 영화들은 미국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자국 내에서 이창동 감독은 자신만의 지적 세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팔다리가 절단되거나 산낙지를 먹는 장면 없이도 다수의 관객에게 폭넓게 어필하는 보기드문 혼합형 감독으로서 그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의 최대 야심작이자 가장 완성도 높은 영화로서 <밀양>은 훌륭한 소설이 보여주는 완전성과 복잡성을 모두 소유한 흔치 않은 영화이다.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모습이 켜켜이 드러나고, 시작한지 10분 후에나 2시간 뒤에나 똑같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그런.. 영화는 마치 <앨리스는 더이상 여기 살지 않는다>의 아시아 버전처럼 시작한다. 남편을 잃은지 얼마 안된 미망인(전도연)은 어린 아들과 함께 밀양으로 내려가 피아노 개인교습을 할 생각으로 서울을 떠난다. 내려가는 길에 차가 고장나 밀양의 자동차 수리공(<괴물>의 송강호)을 만나면서 외롭고 수줍은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여자가 새 환경에 적응하고 전도에 열심인 한 약사에게 솔깃해 종교에 관심을 갖기도 하면서 <밀양>의 스토리는 당분간 별다른 일없이 전개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영화는 경고도 없이 별안간 일종의 스릴러가 되고, 조금 더 지나면 거의 브레송 영화와 같은 인간의 고통에 대한 탐구로 변한다.  한 편의 영화가 동시에 이 모든 것(그리고 몇가지 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운 만큼이나, <밀양>이 웃음과 절망, 어두움과 밝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게 하는 이창동 감독의 연출력도 대단하다. 결국 이 영화는 그 자체로 균일한 완성체이며,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겪는 사소한 성취감과 동굴처럼 깊은 비극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내는 우리들의 위대한 힘에 대한 찬미이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가져다줄 놀라움을 보존하려면 이쯤에서 이야기를 접는 것이 좋겠다. 요즘 영화가 가져다주는 경외감이란 거의 멸종위기에 처한 자원만큼이나 보기 드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우들에 대한 칭찬만큼은 해두어야겠다. 그들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하나의 완성체가 되려다가 무수한 조각으로 흩어진 실패작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최고스타인 송강호는 흔히 커리어의 최절정에 있는 대스타라면 꺼려하기 쉬운 비중적은 조연을 연기하는 것을 즐기는 듯 하다. (<굿나잇 앤 굿럭>의 조지 클루니처럼) 그런가 하면 전도연은 적어도 그의 전작을 보지못한 내게는 새로운 발견이다. (2005년 박진표 감독의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에이즈 걸린 작부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고 듣기는 했지만) 스크린 속 모든 장면에서 그녀는 한결같이 영화의 요동치는 감정의 흐름을 겁없이 소화해 내면서 거의 "연기"같지 않은 일상연기를 펼친다. 그런 그녀의 연기를 통해 겉보기에 유약하고 불안정해 보이는 여주인공의 놀라운 내면의 힘과 우아함이 점차 드러나고, 마침내는 천상에서 내려온 성스러운 존재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것이 바로 훌륭한 감독이 훌륭한 배우에게서 이끌어내는 연기이며, 2007년 깐느 영화제의 다른 작품들을 평가하는 잣대의 모범이 될 것이다.
by playtime | 2007/05/03 22:24 | film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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