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oby dooby doo 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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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 computer 10 years
보드를 돌아다니다가 오늘이 ok computer의 발매 십주년이라는 게시물을 보았다.
이게 십년이라는 사실은 디 라이트가 이십년이라는 사실과는 또 다른 느낌.
디 라이트는 내가 듣기 시작했을 때 이미 예전의 음악이었지만, 이건 나와 함께 시간을 나누다가 어느새 예전의 음악이 돼버렸다.
래디오헤드와의 첫만남이라면 천만인이 그러하듯 creep이었다. 중학교 때 양조위가 나온 베트남 감독 영화에서 였던 것 같다.
노래가 너무 강렬해 음반점에 가서 테이프를 샀고, 앨범 커버의 주황색이 누래질 때 까지 creep만 반복해 들었다.
시간이 흘러 그들의 새앨범인 ok computer가 나왔을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들은 거라면 creep밖에 없건만 무슨 배짱이었는지 덜컥 사버렸다. 그것도 씨디로!
어떤 노래가 마음에 들어 구입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곰곰이 듣고 나의 노래가 될만한 걸 찾아야 했다.
처음 귀가 열렸던 건 감성 10대에 걸맞게 let down과 no surprises 였지만,
앨범을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음반들이 그러하듯) 모든 노래가 상황에 따라 나의 노래가 되었다.

노래와 함께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하자로 가는 66번 시외버스 밖으로 보이던 풍경들이다.
1시간 30분 남짓 걸리는 거리를 오가는 동안에 나는 하릴없이 이런저런 음반들을 귀에 걸고 다녔는데, 어떤날부터 jurrasic 5까지 이 음악에 대한 잡식 취향은 그 버스에서 기초를 탄탄히 다져온 결과일게다.
특히 no surprises는 연극적으로 적용된 케이스였다. 비가 온다거나 버스가 김포공항에 접어든다거나 할 때에 멋드러지게 플레이를 했는데, 영롱한 실로폰 소리에 맞춰 톡톡 손톱을 창문에 부딪히곤 했다.
그렇게 버스가 김포공항을 지나면 허허벌판에 생뚱맞은 지하철 역이 하나 등장했다. 사람이 저기서 지하철을 타려면 거기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할 판이었다. 알고보니 그곳에 아파트 단지 계획이 잡혀 있어 미리 만들어 둔 역이었고, 개통이 되기 전까진(아파트가 생기기 전까진) 지하철이 정차하지 않는단다.
한번은 호기심에 김포공항에서 버스를 내려 지하철로 그 구간을 지나가 보았는데 어렴풋이 캄캄한 역의 윤곽을 확인하고는 확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유령도 무서워서 피해갈 법한 곳이었다.
그래도 매일같이 지나는 길에 그곳을 보게 되니 나중에는 친숙한 느낌마저 들어 언제고 가보고는 싶대?

내가 생각한 스토리는 남자아이 두명이 무작정 그 역을 찾아가서 어떤 미친 여자를 만나고 허무하게 돌아온다는 얘기였다. 이거 완전 짐 자무쉬의 '천국보다 낯선' 필 아니냐며 흑백으로 찍고 싶었고, 엔딩 음악은 no surprises가 나올 것, 이 두가지로 출발했다. 남자아이 두명은 친구인 배지호와 (나름 비주얼을 중시하다보니) 학교에서 얼짱으로 날리던 곽정훈을 수소문해 영화에 관심있냐며 약장수처럼 캐스팅 했고, 미친 여자 역은 당시 영상 프로젝트의 한 팀이었던 유리안에게 부탁했다. 셋 다 어색한 첫만남 이었고, 나 역시 처음 카메라를 든지라 어떻게 좀 안되나 이러고만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의 유리안! 미친 여자 컨셉에 어울릴 것 같다며 할머니의 몸빼를 챙겨 와 분위기를 돋구더니 자신이 준비해 온 연기 컨셉을 설명하며 내게 감독 행세를 종용했다.
역에 도착해 쪼르르 계단을 내려가보니 셔터가 내려져 있어 역사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고, 그 안은 개찰구부터 승차권 판매기며 나무 의자까지 모든 게 구비되어 있었다. 그 풍경을 정말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내가 찍은건 거의 뒷모습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셔터 앞에 선, 미친 여자를 마주한, 다시 길을 걷는.
아무런 고민 없이 마치 소동처럼, 혹은 어색한 소풍처럼 촬영을 마치고 우리는 닭갈비를 먹으러 갔다.
이거 어렵네, 하여간 고맙다 하면서 술잔을 돌렸고 뼈 없는 닭갈비에서 뼈가 나와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by playtime | 2007/06/16 23:08 | partner detail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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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ung at 2007/06/17 16:41
첫 장면에 머리 이렇게 쓸어담는 모습 완전 반하겠다. 다른 소리에 쓸려버릴 듯 하게 약한 피아노 근데 밑바닥을 톡톡 치며 흘려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저 피아노, 저 손가락, 저 새끼 손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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