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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손님이 왔었다.
활짝 열어둔 창으로 고기 굽는 냄새가 아득하게 건너와 참을 수 없이 허기가 져서 구운 토마토와 파스타를 오물오물 먹고 있었는데, 문을 열자 복도에 친구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지구만한 수박을 가슴에 안고 서 있었다. 미안한데 세수 좀 해도 될까. 헤에 웃으면서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오늘도 현관에 어지럽게 벗어놓은 친구의 신발을 오늘은 왠일인지 정리하지 않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별 이야기는 없었다. 병원 진료에 대해 물었고, 나는 치과와 정형외과 순으로 잡혀있는 내일의 스케줄을 일러주고 한결 가벼워진 통증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도움이 필요하면 꼭 꼭 자기에게 부탁하라고 당부하는 말에 으쓱 기분이 좋아져서, 수박을 좀 더 빨리 차갑게 하려고 샌프란시스코와 테헤란 사이쯤에 칼을 대고 지구를 반토막 내 냉동실로 급히 옮겼다. 차가워지는 동안 아홉시 뉴스가 끝났고 드라마를 보면서 수박을 먹었다. 여기도 불륜, 채널을 갈아타도 불륜이었다. 특히나 김희애가 나오는 쪽은 모든 등장인물들이 프로페셔널하게 기쁨과 증오를 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요즘 내가 지쳐있던게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알겠더라, 또 지금 내 앞에서 가만히 수박을 먹으면서 말 끝을 맺지 못하고 있는 이 친구가 왜그렇게 특별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나는 엉덩이부터 만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 단순함을 프로페셔널하게 말할 재간도 있다. 손? 누구의 손 말인가? 나는 한번도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은 적이 없었다. 언젠가 이 친구가 '거리'를 말하는 내게 드디어 처음으로 말 끝을 맺고 '깊이'를 말해주었을 때, 그러나 라고 대꾸했지만. 수박껍질이 수북히 쌓여갈 때 쯤 되자, 내가 마중해 줄 정류장이 설령 테헤란이라도 손 붙잡고 행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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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의 명복을 빕니다.
by _app_ at 05/08 히히 얼굴한번보자 by 김정은 at 04/27 아니 이게 누구야!!!!!! by playtime at 04/26 잘 지내? 갑자기 생각나서 .. by 김정은 at 04/26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by 순딩이 at 03/26 글 잘 봤습니다. 질문 드릴.. by ^-^ at 01/23 출처는 밝히겠습니다^^ by 카프카 at 01/23 네이버 디매에 좀 올릴게요^^ by 카프카 at 01/23 꺅//ㅂ// 연경씨 너무 좋아요... by 제절초 at 01/15 bedside table!!!!!!!!!!!!!!!!!!!!!.. by 좀비씨 at 11/05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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