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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서울은 솔직히 덥습니다

광장시장에 여름 티셔츠들을 사러 갔던 몇일 전은 정말 끔찍한 하루였다. 어금니 신경치료를 받으며 겪은 공포와 스트레스를 돈 쓰는 걸로 풀어야겠다고 출발한 쇼핑이었는데, 타행수표로 입금된 돈이 현금화 되는 시간을 기다리느라고 종로바닥에서 엄청 질질댈 수 밖에 없었다. 푹푹 찌는 거리를 걸으며 동행한 친구에게 '지금 여기를 방콕으로 생각하자'고 씨도 안먹힐 소리를 하며 유쾌한 척이라도 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절정은 정신 좀 차리자고 시장통에서 시켜먹은 냉면의 말도 안되는 더운 맛이었다.
'총각, 시원한 냉면~'이라고 유혹한 남도집 아주머니는 냉면을 말아준 뒤에는 '여긴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날씨가 더운걸'이라고 발뺌을 하더니 대책이랍시고 머릿고기를 올려놓은 아이스박스의 얼음을 꺼내 부셔주겠다는거다. 겁에 질려 젓가락을 내려놓고 값을 치를 때에 서로 주고받은 그 민망한 표정을 생각하면 옹색한 이 계절이 너무나도 싫어진다.

결국엔 쇼핑을 마치고 종로5가 시계골목으로 건너 가 곰보냉면집에 앉아 '진짜 냉면'으로 쳐진 기분을 어느정도 만회했지만, 그 날의 홈런은 홍대로 건너와 수카라에서 마신 초정탄산수 한모금이었다.
좀처럼 마트에서는 보기 힘든 이 초정탄산수는 근래 전주라거나 강진을 오갈 때에 들른 휴게소에서 만난 완전소중 음료인데, 대개들 천연사이다는 알아도 초정탄산수는 잘 모르는 눈치더라.
초정리광천수를 그대로 담은 것이 초정탄산수고, 천연사이다는 이 물에 단맛을 첨가한 것이다.
시판되고 있는 일부 탄산수들은 미네랄 워터에 따로 탄산가스를 주입한 것도 있다고 들었는데, 일화의 주장대로라면 초정리탄산수는 발원되는 물 그대로를 팩킹한 천연탄산수다.
뭐랄까 페리에의 경우 일종의 패션으로 소비되는 느낌 때문인지 지레 느끼한 거품을 물게된다면, 초정은 알싸한 뒷 맛이 묘하게 남아 마음에 든다. 짤랑짤랑 들고 다니는 음료를 패션처럼 소비하는 것이 싫지는 않다. 다만 나의 선택이라면 에비앙 보다는 삼다수나 볼빅 쪽이 마음에 들고, 페리에 보다는 초정이다.

예상치않게 지친 오후 카페의 널찍한 가죽소파에서 다시 만난 초정탄산수는 내게 한줄기 빛과도 같았다.
이 여름동안 내가 이걸 마시러 수카라까지 몇번 왕복해야 하나 까마득한 계산을 해보니 한숨이 절로 나와 빨리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납품이 되는 마트가 도대체 어디인지 알고자 시작된 검색은 점차 차라리 박스로 주문하는 편이 낫겠다로 옮겨졌고, 기왕지사 오케이캐시백도 적립되는 이마트로 할까 했는데 배송료가 붙고 박스주문도 불가해 초정 공식사이트 쪽에 주문을 넣었다. 우선 한박스를 꾸준히 마셔보고 상황에 따라 다달이 마시는 구좌회원 쪽도 검토해 볼 생각이다. 이영애 누님의 와카티푸 호수가 부럽지 않은 여름이 될 전망이다.

다시 광장시장으로 돌아와 여름 티셔츠 쇼핑에 대해 몇가지.
거의 1년만에 찾은 그쪽 동네도 어떤 바람이 휘몰고 간 느낌이 확연했는데, 일단 완전히 소매를 목적으로 하는 듯한 행거 상인들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물론 터줏대감들은 여전히 옷을 가득 쌓아 두거나 주렁주렁 펼쳐놓는 광장 특유의 디스플레이를 구사하고 있었지만, 몇몇 주인들은 밀리오레에서 넘어온 것 같은 젊은 상인들로 바뀌어져 있기도 했다. 그들이 주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티셔츠의 가격들은 정액처럼 모든 집들이 5000원을 불렀다. 디스카운트는 어림도 없는 눈치였다. 이유를 듣자하니...(참고로 작년엔 기름값과 배삵의 인상을 들었다) 에디 슬리먼이 디올 옴므를 떠난 마당에 이 곳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셨더라. 하도 스몰 사이즈 티셔츠들만 찾는 바람에 사이즈 큰 티셔츠들 대부분은 사이즈 리폼을 거친다는 게 가격 인상과 디스카운트 불가의 이유라는 것. 아니나 다를까 그제서야 티셔츠를 분해하는 주인장들의 손놀림이 이곳저곳에서 보이더라. 디올이 맙소사!

카포에라 하는 날에는 서둘러 나가 롯데마트에 들러 유니클로도 둘러봤다.
명동과는 달리 티셔츠 종류와 사이즈가 대량으로 남아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은 건데,
일단 손님이 아무도 없는 유니클로가 너무 어색해 좀 민망할 지경이었다.
사이즈 재고라도 물어 볼 크루를 찾으려면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명동과는 달리 여기는 입장하자 마자 옆에 붙어 '찾으시는 거라도 있나요?'라고 묻는데 어찌나 어색하던지, ' 아 아니요'
우선 공모전 티셔츠들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아마 재고가 있었더라도 나머지 매장으로 돌리지 않았을까 싶다. 대신 일본의 팝아티스트들의 콜라보 티셔츠들은 대량으로 남아있었는데 아니메 취향은 아니므로 패스. 단 이 컬렉션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아수라 백작 티셔츠는 몇개의 제고가 있긴 했는데 왠지 세일처리 하려고 빼놓는 것 같아 한 주만 더 참아보기로 했다.

http://www.uniqlo.jp/uniqlock/
유니클로의 플래시 시계. 아 얘네 점점 재밌는 거 많이 한다.
시간 한번 즐겁게 가는구나. 끝나지 않는 음악은 FPM이 작업했다고.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면 무심한듯 시크하게 30분이 훌쩍.
by playtime | 2007/06/22 04:20 | partner detail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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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지효 at 2007/06/24 04:39
안녕-
Commented by yamcheogng at 2007/06/24 17:20
내 아는 사람이 초정탄산수 판매하는데, 소개해줄까?
박스로 들여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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